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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기자단] ‘우리 사회 5만 명의 인권 이야기’ - 교도소 수감자의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09-22 09:20 8,694회 0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내용입니다. 개인의 존엄과 가치는 해당 개인의 신분, 성별, 학벌, 배경 등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아닌, 절대적인 무언가라는 것이죠. 다만,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지곤 합니다. 바로 교도소 수감자들의 인권에 관한 논의입니다. 일부는 모든 국민의 인권과 존엄이 가치를 지닌다고 명시한 헌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도소 수감자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교도소 수감자의 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쉽사리 답하기 어렵다면 교도소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교도소에서의 교는 ‘바로잡을 교’, 도는 ‘인도할 도’입니다. 즉, 바로잡고 인도한다는 뜻이며, 이로써 우리는 교도소가 단순한 구금시설이 아니라 나아가 교화를 위한 장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수감자들의 인권 보장을 논하는 것이, 수감자들의 죄를 가볍게 치부하거나 두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수감자들이 자신의 죄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치르고 사회에 무사히 복귀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기에 이들의 인권 역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죠.

 

  사실, 교도소 등 구금시설 수용자들의 인권에 관한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이루어졌습니다. ‘교도소 내 CCTV 설치’, ‘서신검열’ , ‘재소자 도서 반입 금지’ 등에 관한 사항을 시작으로 ‘교도소 수감자 두발의 자유’, ‘과밀수용 논란’, ‘교도소 폭염으로 인한 수감자 건강권 침해’ 등의 논의가 현재까지 이슈화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논의의 변화에 따라, 가시적 변화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제 수감자 인권에 대해 더욱 알기 위해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수감자 인권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 나아가 앞으로의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구치소 과밀수용

  법무시설기준규칙에 따르면 재소자 1인당 면적 기준은 국제적십자사 기준 3.40(1)로 돼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전국 52개 교정시설 중 201712월 말 기준 수용정원을 초과하는 기관은 43(81.1%)로 사실상 대부분의 교정시설이 수용인원 한도를 초과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용률이 130%를 넘는 기관도 12(22.7%)에 달했고 여성 교정시설의 경우 과밀수용 문제는 특히 심각합니다. 이런 탓에, 우리나라의 교정시설 수용률은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헝가리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다만, 구치소 과밀수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교정시설을 신설, 이전 및 확장하는 것은 일명 님비현상(NIMBY)에 따라 해당 지역사회와의 협의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구치소 과밀수용에 따른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의견은 어떨까요.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 1인당 수용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과 김이수·안창호·조용호 헌법재판관이 보충의견을 통해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0.78) 이상의 수용면적이 확보돼야 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면서 사람을 국가 행위의 단순한 객체로 취급하거나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행형(行刑)에 있어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이 박탈된 시설에 사람을 수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특히 수형자의 경우 형벌의 집행을 위하여 교정시설에 격리된 채 강제적인 공동생활을 하게 되는바, 그 과정에서 구금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 최소 범위에서는 수형자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국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비롯되는 위와 같은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준수하여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수형자가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

 

                                                                                                                    -과밀수용에 따른 기본권 침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013헌마142 판결 

 

 구치소 과밀수용과 관련해서, 수용자가 국가를 상대로 인권 침해에 대해 보상할 것을 주장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부산고등법원은 과밀수용 행위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는 취지에서 2017년 8월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에 대한 국가 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도 지난해 6월 같은 의미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 그리고 앞서 소개한 판결들을 보더라도, 과밀수용에 관해 우리나라의 교도소 수감자들의 인권 침해는 명백히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치소 수용과 관련해 다른 나라는 어떠한 태도를 보일까요. 독일 브라운슈바이크시 법원은 1984년 7.98㎡ 크기의 독방에 2명을 수용한 것은 인간 존엄성을 규정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을 한 바 있고, 1985년 프랑크푸르트 항소법원은 같은 이유로 3명을 11.54㎡ 크기의 방에 가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1900년대에 1인당 수용 크기가 현 대한민국의 1인당 수용 크기보다 컸음에도 ‘인간 존엄성 침해’가 인정된 것이죠. 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도소 폭염수용

 2019년 8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폭염으로 교도소 수용자들의 건강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2016년 9월 부산교도소에서 조사수용실에 갇힌 두 명의 수용자가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열사병으로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는 폭염으로 인한 수용자들의 건강권 침해에 대해 교정 당국이 적절히 조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면서 "부산지법도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판결에선 사망한 수용자들의 1인당 면적은 1.72㎡에 불과한 조사수용실에 과밀하게 수용됐으며, 조사수용실은 환기가 거의 되지 않는 구조였고 선풍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음이 인정되었습니다. 

 

변화

 앞으로도 더욱 구조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수용자 인권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며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의정부, 진주, 천안, 군산, 안양 등 5개 교도소를 중심으로 심리 치료과 지원을 확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2019년 9월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를 위한 범정부적 협력 강화‘ 계획에 따라 ’교정시설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신설되는 교도소를 중심으로 수용자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시내 유일 교도소인 서울 남부교도소의 경우 국가위원회 등 수용자 인권 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따라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혈액 투석기 10대를 자체 운영하며 주기적인 진료를 받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측은 이러한 교정시설에서의 변화가 수용자의 사회복귀를 도움으로써 재범률을 낮추고자 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안전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

  교정시설, 소년원 등에서 매년 2500여 건이 넘는 인권 침해 진정신고가 접수됩니다. 진정신고의 내용에 따르면 신체검사 과정에서 수치심을 주거나, 해당 시설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의 유통기한이 지나 진정신고가 들어오기도 했으며, 일부 교정시설에서 수용자에게 수면시간과 용변 중에도 보호장비(금속보호대, 수갑 등)를 착용하게 한 것이 확인되었으며, 해당 시설 관계자로부터는 모욕적 발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혹자는 수감자의 인권을 위한 조치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들의 인권을 쉬이 치부하거나 응보적 관점에서의 조치만을 추구한다면 우리 사회에 발전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더욱 나은 사회를 위해,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

http://www.humanrights.go.kr/site/program/board/basicboard/view?currentpage=1&menuid=001004002001&pagesize=10&searchselect=boardtitle&searchword=%EC%88%98%EC%9A%A9%EC%9E%90&boardtypeid=24&boardid=7603899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인권위, 법무부 장관에 수용자 인권증진 개선방안 권고: 징벌위원회 독립성 확보 등 조사·징벌 절차 개선 필요

 

http://www.humanrights.go.kr/site/program/board/basicboard/view?menuid=001004002001&searchselect=boardtitle&searchword=%EC%88%98%EC%9A%A9%EC%9E%90&pagesize=10&boardtypeid=24&boardid=7605034

인권위, 교도소 수용자의 전자영상장비 이용 등 ‘특별 계호’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 마련해야” -법무부장관에게 ‘계호상독거수용’과 ‘전자영상장비계호’ 기준마련 권고: ○○교도소장에게 진정인에 대한 특별계호 여부 재검토 권고

 

http://search.ccourt.go.kr/ths/pr/ths_pr0101_P1.do

헌법재판소 2019. 12. 27. 2017헌마413 등, 판례집 31-2하, 237 [기각]

 

http://search.ccourt.go.kr/ths/pr/ths_pr0101_P1.do

헌법재판소 2018. 2. 27. 2018헌마180, 결정문[각하(2호)]

 

https://www.yna.co.kr/view/AKR20180224066100004

"여성·청소년 교정시설 열악"…인권위, 법무부에 개선 권고, 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509021454645333

'찜통' 교도소 2평 방안에 3명… "죗값 치르는 중이라도 인권침해", 한국일보, 김현빈 기자

 

http://www.segye.com/newsView/20200123511470?OutUrl=naver

"교도소 수용자 책 반입 제한은 위헌" 헌법소원 ‘각하’, 세계일보, 김태훈 기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79834&ref=A

‘교정시설 신설·확대 이전’으로 과밀화 해소…“교정·교화 힘쓴다”, KBS NEWS, 방준원 기자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51246

법무부, 신창원 독방 감시용 CCTV 철거…인권위 권고 수용, JTBC NEWS, 최하은 기자

 

https://www.sedaily.com/NewsView/1Z2SR9MW5M

“[법무행정 현장을 가다]교도소서 심리치료까지…수용자 성공적 사회복귀 돕는다”, 서울경제, 박준호 기자

 

https://newsis.com/view/?id=NISX20200216_0000920349&cID=10201&pID=10200

"직업상 이발 곤란"…인권위 '교도소 두발제한 개선' 권고, NEWSIS, 심동준 기자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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